중국 회사법과 법인격 부인: 회사의 빚, 주주가 책임질까?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한국 법인(갑 주식회사)이 큰 문제에 휘말렸습니다. 이 회사는 중국에 자회사(중국 법인)를 두고 있었는데, 이 자회사가 공사를 하다 큰 사고를 냈습니다. 2013년, 중국 법인은 다른 중국 회사(병 법인)의 공장에 가스공급설비를 설치했지만, 공사가 끝난 직후 화재가 발생해 공장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피해를 보상한 중국 보험사(정 법인)는 화가 나서 중국 법원을 통해 중국 법인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일부 승소했습니다. 그런데 중국 법인이 화재 사고 후 불과 4개월 만에 한국 법인에 거액의 배당금을 보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중국 보험사는 이를 보고 “돈을 빼돌린 거야!”라며 한국 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중국 회사법 제20조 제3항입니다. 이 법은 이렇게 말합니다: “주주가 회사의 독립성을 악용해 빚을 갚지 않고 채권자에게 큰 피해를 주면, 그 주주는 회사 빚을 같이 갚아야 한다.” 쉽게 말하면, 회사가 법적으로 독립된 존재라는 점을 이용해 책임을 피하려 하면 주주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에요. 이 규정은 회사가 채권자를 속이는 꼼수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한국 법인이 중국 법인을 통해 돈을 빼돌려 채무를 회피하려 했다고 보고, 한국 법인이 중국 법인의 빚에 대해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례는 기업이 자회사를 이용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가 법적으로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줍니다. 회사의 독립성은 중요하지만, 이를 악용하면 주주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기업들은 명심해야 합니다.
배당금이 문제? 모회사와 자회사의 돈 거래
중국 법인은 화재 사고로 막대한 빚을 졌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난 지 4개월 뒤인 2014년 1월, 한국 법인에 약 1,181만 달러(약 140억 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보냈습니다. 이 돈은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쌓인 이익을 배당한 것이었죠. 하지만 문제는 타이밍이었습니다. 화재로 피해를 입은 중국 보험사가 돈을 돌려받으려던 시점에 중국 법인이 갑자기 거액을 한국 법인으로 보낸 겁니다. 중국 보험사는 이를 보고 “이건 빚을 갚지 않으려고 돈을 숨긴 거야!”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런 경우 주주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판단할 때 몇 가지를 살펴봅니다. 예를 들어, 한국 법인이 중국 법인을 얼마나 통제했는지, 두 회사의 자금이나 업무가 섞여 있는지, 배당이 정당한 이유로 이뤄졌는지, 빚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봅니다. 대법원은 한국 법인이 중국 법인의 유일한 주주로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배당이 채무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법인이 중국 법인의 빚에 대해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기업들이 자회사를 통해 돈을 옮길 때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정당한 배당이라도 타이밍이나 목적이 의심스러우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업 경영진이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지연손해금: 돈을 늦게 갚으면 이자가 두 배?
중국 보험사는 중국 법인의 빚뿐만 아니라 지연손해금, 즉 돈을 제때 갚지 않은 데 따른 추가 이자도 청구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원래 빚을 규율하는 법, 여기서는 중국법에 따라 계산됩니다. 중국 민사소송법 제253조는 돈을 제때 갚지 않으면 이자를 두 배로 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중국 법원은 이미 중국 법인에 대해 이 규정을 적용해 이자를 두 배로 내라고 판결했죠.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원심)은 이 부분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중국 보험사의 지연손해금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잘못이라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외국법(중국법)을 적용할 때는 그 법이 실제로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되는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에서 이자를 두 배로 내라고 판결했다면, 한국 법원도 이를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대법원은 이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고 원심 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이 사례는 국제 소송에서 법원이 외국법을 얼마나 신중히 다뤄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돈을 늦게 갚을 경우 추가로 내야 하는 이자는 기업과 채권자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기업은 이런 법적 리스크를 미리 파악해야 합니다.
외국법 적용: 법원이 알아서 조사해야 한다
이 사건은 한국 법인, 중국 법인, 중국 보험사, 그리고 중국법이 얽힌 복잡한 소송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외국법이 적용될 때는 법원이 직접 그 법의 내용을 조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외국법은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법률로 간주되기 때문에, 소송 당사자가 자료를 내지 않더라도 법원이 알아서 찾아봐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법이 외국에서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기준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법에서 지연손해금 이자를 두 배로 내라고 했다면, 한국 법원도 이를 존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료가 부족하면 일반적인 법 해석 기준을 따를 수 있다고 하니, 소송 당사자는 관련 외국 판례나 자료를 제출하는 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원심 법원에 다시 심리하라고 한 것도, 중국법의 구체적인 적용 방식을 더 면밀히 살펴보라는 뜻이었습니다.
이 사례는 국제 거래를 하는 기업들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외국에서 사업을 할 때는 현지 법률을 잘 이해하고, 소송이 생기면 그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명확히 제시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외국법이 적용되는 소송에서는 법원의 직권 조사 의무를 이해하고, 필요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출처: 대법원 2025. 7. 3. 선고 2021다220741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