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2가지 이유로 처분 취소!

동성 커플과 건강보험 신청의 시작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문제는 2012년, 민수(가명)라는 남성이 지훈(가명)이라는 또 다른 남성을 만나 연인 관계로의 발전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3년부터 교제를 이어오던 두 사람은 2017년부터 같은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고, 2019년 5월에는 가족과 지인들이 참석한 결혼식을 열었습니다. 법적으로 혼인 신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들은 서로를 부양하며 함께 생활했습니다.

민수는 건강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반면, 지훈은 안정적인 직장에서 근무하며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민수는 지훈의 ‘사실혼 배우자’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신청했고, 2020년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를 승인했습니다. 이로 인해 민수는 지역가입자로 내던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었고, 지훈의 피부양자로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10월, 민수가 지훈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민수의 피부양자 자격을 취소했습니다. 공단은 민수의 등록이 ‘실수’였다며, 동성 커플은 사실혼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민수에게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의 보험료 115,560원을 납부하라고 통보했습니다. 민수는 이 결정을 납득할 수 없었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에서 제기된 두 가지 문제

민수는 소송에서 두 가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첫 번째는 절차적 문제였습니다. 법률에 따르면, 누군가의 권리를 제한하는 결정을 내릴 때는 미리 당사자에게 통지하고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이는 행정절차법에 명시된 규정으로, 공정한 절차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하지만 공단은 민수에게 사전 통지나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 않고 자격을 취소했습니다. 민수는 갑작스럽게 자격 취소와 보험료 납부 통지를 받았습니다.

두 번째는 차별 대우 문제였습니다. 민수는 공단이 동성 커플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다르게 대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민수와 지훈이 이성 커플이었다면, 사실혼 배우자로 인정받아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민수는 자신과 지훈이 동거하며 서로를 부양하고, 결혼식까지 올린 점에서 이성 커플의 사실혼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을 검토한 후, 공단의 처분이 두 가지 이유로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사전 통지나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둘째, 동성 커플이라는 이유로 민수를 차별한 것은 헌법의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았습니다.

사실혼과 동성 커플의 법적 기준

법원은 ‘사실혼’의 정의를 먼저 검토했습니다. 사실혼이란 법적으로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부부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생활하는 관계를 말합니다. 민수와 지훈은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동거하며 서로를 부양했고, 결혼식을 통해 사회적으로 관계를 알렸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현행 법률에서 사실혼이 ‘남녀 간의 결합’을 전제로 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동성 커플은 엄격히 말해 사실혼으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동성 커플과 이성 커플의 사실혼이 본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았습니다. 둘 다 서로를 반려자로 삼아 함께 생활하고, 경제적으로 의지하며, 정서적 유대를 나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제도는 직장가입자가 부양하는 사람에게 보험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법원은 동성 커플이 이성 커플과 같은 생활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면, 성적 지향만으로 차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민수와 지훈의 관계가 이성 커플의 사실혼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위해 헌신하며 경제적·정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공단이 이를 무시하고 동성 커플이라는 이유로 자격을 박탈한 것은 차별로 간주되었습니다.

평등의 원칙과 법원의 판단

법원은 공단의 차별이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공단은 이성 커플의 사실혼 배우자는 피부양자로 인정하면서, 동성 커플은 배제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성적 지향에 기반한 차별로 보고, 헌법 제11조의 평등 원칙을 위반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공단의 보험료 부과 처분을 취소하고, 민수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이 판결은 동성 커플의 피부양자 자격 인정 여부와 관련해 법적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 향후 유사한 사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수와 지훈의 소송은 그들의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받으려는 시도였습니다. 법원은 절차적 위법성과 차별 문제를 근거로 공단의 처분을 취소했으며, 이는 현행 법률 체계 내에서 평등 원칙을 적용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사회보장 제도에서 동성 커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출처: 서울고법 2023. 2. 21. 선고 2022누32797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