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한 남편과 바람핀 아내 | 누가 더 이혼 사유에 책임이 있을까?

한 부부의 비극적인 시작

1970년대 대구, 한 부부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남편(청구인)은 원래 면서기 일을 했지만, 이후 포목상(옷감 장사)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사업이 망하면서 빚더미에 앉게 됐죠. 1975년 5월, 그는 결국 감당할 수 없는 빚을 피해 가족에게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갑니다. 아내(피청구인)와 아이들은 갑작스럽게 남편과 아빠를 잃은 셈이 됐어요.

남편은 6년 동안이나 행방을 감췄습니다. 경남 밀양 등지에서 지내면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나 찾지 마. 부모님 돌아가셔도 안 갈 거야”라는 차가운 편지만 보냈죠. 아내는 남편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혼자 힘으로 아이들을 키워야 했습니다. 홀치기, 날품팔이, 막노동까지 하면서 하루하루 버텼어요. 하지만 삶은 점점 더 힘들어졌고, 1978년 말에는 월세방에서도 쫓겨날 위기에 처했죠.

아내의 선택과 간통

절박한 순간, 아내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제3자(다른 남자)였어요. 그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며 도와줬고, 아내는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관계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1979년 9월부터 1981년 3월까지 약 19개월 동안 아내는 이 남자와 수십 번이나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됩니다. 당시 법으로는 이를 ‘간통’이라고 불렀고, 이는 형사범죄이자 이혼 사유로도 인정되는 큰 잘못이었죠.

한편, 남편은 6년 만에 돌아와 아내의 간통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이혼을 요구하며 법원에 소송을 냈어요. “아내가 바람을 피웠으니 이혼해야 한다”고 주장한 거죠. 하지만 아내는 반박했습니다. “당신이 6년이나 우리를 버리고 도망간 게 문제의 시작 아니냐”며 오히려 남편을 비난했어요. 과연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첫 법원의 판단: 남편 책임이 더 크다

대구고등법원(원심)은 이 사건을 심리하며 남편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봤어요. 법원은 남편이 6년 동안 가족을 버리고 도망간 걸 ‘악의의 유기’라고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남편이 가출 기간 동안 다른 여자와 불륜 관계를 맺었다는 아내의 주장도 받아들였죠. 법원은 이렇게 말했어요:

“남편이 가족을 버리고 도망가서 아내가 힘들게 살다 보니, 제3자의 도움을 받고 일시적으로 실수한 거야. 근본 원인은 남편이 가족을 저버린 거지.”

그래서 법원은 남편을 ‘유책배우자’(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로 보고 그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쉽게 말해, “너 때문에 결혼이 망가졌으니 이혼 요구할 자격 없다”고 한 거예요.

첫 법원의 생각: 남편이 6년이나 가족을 버린 게 더 큰 잘못이야. 아내의 간통은 그 상황에서 생긴 실수일 뿐!

대법원의 반전: 아내의 간통이 더 문제다

남편은 이 판결에 납득하지 못하고 대법원에 상고했어요. 대법원은 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며 전혀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이랬어요:

1. 남편의 불륜? 증거 없어! 대구고등법원이 남편이 다른 여자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봤어요. 아내가 “남편이 바람피웠다”고 주장했지만, 그건 그냥 소문에 불과했죠.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니 남편의 불륜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겁니다.

2. 아내의 간통은 심각해! 반면, 아내의 간통은 명확한 증거가 있었어요. 형사판결문과 증인 증언을 통해 아내가 19개월 동안 다른 남자와 수십 번 관계를 맺은 게 확인됐죠. 대법원은 이를 단순한 “일시적 실수”로 볼 수 없다고 했어요. 이건 오랜 기간 지속된 심각한 부정행위라는 거죠.

3. 결혼이 깨진 진짜 이유는? 대법원은 남편의 6년 가출도 결혼을 망친 원인 중 하나라고 인정했어요. 하지만 아내의 간통이 더 직접적이고 큰 원인이라고 판단했죠. 남편은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망간 거지만, 아내는 경제적 도움을 받으면서도 장기간 불륜을 저질렀으니 더 큰 잘못이라는 겁니다.

결국 대법원은 대구고등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원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어요. 이건 “다시 제대로 판단해라”는 뜻이죠.

법이 말하는 이혼 사유

이 사건은 민법 제840조를 중심으로 판단됐어요. 이 법은 이혼 사유를 몇 가지로 정해놓고 있는데, 여기서는 두 가지가 중요했어요:

  • 부정행위(제2호):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부적절한 관계(간통 등)를 맺은 경우.
  • 혼인 파탄(제6호): 결혼 생활이 도저히 이어질 수 없을 정도로 깨진 경우.

대법원은 아내의 간통이 부정행위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결혼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봤어요. 남편의 가출도 문제였지만, 아내의 간통이 더 큰 파탄 원인으로 판단된 거죠. 당시 간통은 형사범죄로도 처벌됐기 때문에(지금은 간통죄가 없어졌어요), 법적으로도 무거운 잘못으로 봤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배울 점

이 부부의 이야기는 슬프지만, 우리에게 몇 가지 교훈을 줍니다:

1. 증거가 중요해요: 법원은 감정이 아니라 증거로 판단해요. 남편의 불륜은 증거가 없어서 인정되지 않았지만, 아내의 간통은 확실한 증거로 밝혀졌죠.

2. 누구 잘못이 더 큰가: 이혼 소송에서는 누가 결혼을 더 망쳤는지를 따져요. 남편의 가출도 잘못이지만, 아내의 19개월간의 간통이 더 심각하다고 본 거예요.

3. 간통의 무게: 1983년 당시 간통은 큰 죄였어요. 지금은 간통죄가 없어졌지만, 부정행위는 여전히 이혼 사유로 강력하게 작용해요.

4. 법원의 두 번째 기회: 대법원이 사건을 돌려보냈다는 건,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기 위해 다시 심리하라는 거예요. 법은 공정해야 하니까요.

마무리: 깨진 결혼, 그리고 법의 판단

이 부부의 이야기는 한편의 드라마 같아요. 빚에 쫓겨 도망간 남편, 홀로 아이들을 키우다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난 아내. 둘 다 잘못이 있지만, 법원은 아내의 간통이 결혼을 망친 더 큰 원인이라고 봤어요. 이 사건은 법이 단순히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라, 증거와 사실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판단하려 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Illustration of a 1970s South Korean street scene depicting a broken marriage with a man leaving and a woman standing alone

이혼은 단순히 부부가 헤어지는 게 아니라, 법적인 책임과 원인을 따지는 복잡한 과정이에요. 이 이야기를 통해 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이혼 소송에서 어떤 점이 중요한지 조금 더 이해하셨길 바랍니다. 만약 비슷한 고민이 있다면, 꼭 전문가와 상담하며 현명한 결정을 내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