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결정짓는 6가지 사유 | 대법원이 인정한 혼인 파탄의 기준

이혼 사유, 무엇이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경우일까?

김민수(가명)와 박지영(가명)은 1972년에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두 사람은 두 명의 자녀를 낳고, 경기 양평에서 오랜 세월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2012년, 딸의 이혼 소송을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는 급격히 멀어졌다. 박지영은 딸과 함께 서울로 이사하며 사실상 별거를 시작했고, 민수는 양평에 남아 홀로 생활했다. 이들의 결혼 생활은 겉으로는 유지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이미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무너져 있었다. 과연 이들은 법적으로 이혼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이런 경우를 어떻게 판단할까?

민법 제840조 제6호는 이혼 사유 중 하나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부부 사이의 관계가 더 이상 회복할 가능성이 없고, 함께 사는 것이 한쪽에게 큰 고통이 되는 경우를 뜻한다. 이는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결혼의 본질이 깨졌을 때 적용된다. 대법원은 이런 상황을 판단할 때 여러 요소를 고려한다. 예를 들어, 부부가 서로 함께 살고 싶어 하는지, 누가 더 큰 잘못을 했는지, 결혼 기간, 자녀의 상황, 이혼 후의 생활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

대법원은 부부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고 판단되면, 한쪽이 이혼을 원한다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혼을 요구한 사람이 파탄의 주된 원인을 제공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별거와 다툼: 부부 관계가 무너진 결정적 순간들

민수와 지영의 이야기는 점점 더 복잡해졌다. 2013년, 두 사람은 양평에 있는 부부 공동 소유의 땅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사업을 두고 크게 다투었다.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민수는 법원에 땅을 나누자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영은 이에 맞서 민수에게 땅과 건물을 넘기라고 반소(맞소송)를 걸었다. 이 소송은 몇 년간 이어졌고, 결국 2016년에 일부 땅을 서로 교환하는 조정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민수와 지영은 서로를 경찰에 고소하며 물건을 망가뜨렸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았다. 이들은 서로를 용서하거나 화해하려는 노력 없이 끝까지 처벌을 원했다. 이런 사건들은 그들의 결혼 생활이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민수는 이혼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지영은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영은 관계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고, 주로 자녀와 손주 걱정만 언급했다.

이 사례에서 대법원은 두 사람이 오랜 별거, 재산 문제로 인한 소송, 서로에 대한 형사 고소 등으로 인해 부부로서의 신뢰와 애정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았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결혼을 억지로 유지하는 것은 민수에게 큰 고통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누가 더 잘못했나? 책임의 공평한 판단

지영은 민수가 별거 중 다른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주장이 결혼 파탄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두 사람 모두 결혼 생활 동안 여러 문제로 다투며 관계를 망가뜨리는 데 일조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민수는 소송을 먼저 제기했고, 지영은 이에 맞서 강하게 대응하며 갈등을 키웠다. 대법원은 이런 경우, 한쪽만 잘못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두 사람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는 중요한 포인트다. 이혼 소송에서 한쪽이 더 큰 잘못을 했다고 명확히 증명되지 않는 한, 결혼이 깨진 책임을 공평히 나누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하급 법원이 민수에게만 책임을 물어 이혼 청구를 기각한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두 사람의 결혼 생활 전반을 살펴보고, 누가 더 잘못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과 그 의미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하급 법원의 판단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하급 법원은 민수가 결혼 파탄의 주된 원인 제공자라고 단정했지만, 대법원은 두 사람 모두에게 책임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했다고 했다. 그래서 원래의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수원가정법원에 돌려보냈다. 이는 법원이 이혼 소송에서 단순히 한쪽의 잘못만 따지기보다는 전체적인 상황을 공정하게 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민수와 지영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할 수 있다. 오랜 결혼 생활 속에서 서로의 신뢰가 무너지고, 다툼이 반복되며 결국엔 함께 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이런 부부들에게 이혼이 단순히 한 사람의 잘못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려준다. 결혼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상태라면, 법은 이를 존중하고 공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메시지다.

다투고 있는 남녀의 모습

출처: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므15398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