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계약의 2가지 핵심 원칙 | 잔금과 소유권 이전, 어떻게 얽혀 있을까?

부동산 매매계약, 잔금과 소유권 이전은 동시에?

김민수 씨는 꿈에 그리던 상가를 분양받기 위해 2020년 3월, 대형 부동산 개발 회사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꼬박꼬박 내며 설레는 마음으로 상가 준공을 기다렸죠. 하지만 잔금을 치르는 날, 문제가 생겼습니다. 회사는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주겠다고 했지만, 민수 씨는 잔금을 바로 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회사는 “잔금을 내지 않으면 연체료를 물어야 한다”고 통보했어요. 민수 씨는 당황했습니다. “내가 돈을 내지 않으면 소유권 이전 서류를 안 준다고 하지 않았나? 왜 나만 연체료를 내라는 거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잔금(마지막으로 내야 하는 돈)과 소유권 이전 서류(부동산을 내 명의로 만드는 데 필요한 서류)는 서로 얽혀 있는 관계입니다. 법원에서는 이를 ‘동시이행관계’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너 돈 줘, 나 서류 줄게”라는 약속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에요. 한쪽이 약속을 안 지키면 다른 쪽도 약속을 지킬 의무가 없다는 거죠. 예를 들어, 민수 씨가 잔금을 안 내면 회사는 서류를 안 줘도 되고, 반대로 회사가 서류를 안 주면 민수 씨도 잔금을 안 내도 되는 식입니다.

이 원칙은 부동산 거래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부동산은 큰돈이 오가는 거래라서 한쪽이 약속을 어기면 상대방이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법원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양쪽이 동시에 약속을 지키도록 요구합니다. 민수 씨 사례에서도, 법원은 잔금과 소유권 이전 서류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판단했어요. 즉, 민수 씨가 잔금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회사도 서류를 넘길 준비만 하면 된다는 거예요.

동시이행항변권, 포기할 수 있을까?

민수 씨는 계약서에 적힌 연체료 조항을 보고 또 한 번 혼란스러웠습니다. 계약서에는 “잔금을 늦게 내면 연 12%의 연체료를 내야 한다”고 쓰여 있었어요. 민수 씨는 생각했습니다. “이거 혹시 내가 잔금을 안 내도 회사가 소유권 이전 서류를 먼저 주겠다는 뜻인가?” 이런 상황에서 법률적으로 중요한 개념이 바로 ‘동시이행항변권’입니다. 이건 쉽게 말해, 상대방이 약속을 안 지키면 나도 약속을 안 지킬 권리예요. 예를 들어, 회사가 서류를 안 주면 민수 씨가 “그럼 나도 돈 안 내!”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죠.

그런데 이 권리를 포기할 수도 있을까요? 법원에서는 이 권리를 포기하려면 명확한 의사표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말로 “포기할게요”라고 하거나, 계약서에 “동시이행항변권을 포기한다”고 명확히 쓰는 경우가 대표적이죠. 하지만 때로는 묵시적으로, 즉 말하지 않고 행동으로 포기한 것으로 간주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민수 씨가 잔금을 내지 않고도 회사가 소유권 이전 서류를 준비했다고 주장하며 연체료를 요구한다면, 이는 민수 씨가 동시이행항변권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법원은 이런 경우를 매우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왜냐하면 이 권리는 거래의 공정성을 지키는 중요한 안전장치이기 때문입니다.

민수 씨의 경우, 법원은 계약서의 연체료 조항만으로는 동시이행항변권을 포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연체료 조항은 단순히 잔금을 늦게 내면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는 뜻일 뿐, 민수 씨가 잔금을 내지 않아도 회사가 먼저 서류를 줘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거죠. 이 판단은 민수 씨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만약 회사가 제대로 서류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민수 씨는 연체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뜻이었으니까요.

연체료, 언제부터 내야 할까?

민수 씨는 연체료 이야기가 나오자 머리가 더 복잡해졌습니다. “내가 돈을 안 낸 건 맞지만, 회사가 서류를 제대로 준비했는지도 모르잖아. 연체료는 언제부터 내야 하는 거지?” 법원에서는 연체료를 ‘이행지체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봅니다. 쉽게 말해, 약속한 날짜에 돈을 안 내면 그로 인해 상대방이 입은 손해를 보상하기 위해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는 거예요. 하지만 이 연체료를 내야 하는 시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법원에 따르면, 연체료는 잔금을 내지 않은 시점부터 바로 부과되는 게 아니라, 상대방(여기서는 회사)이 자신의 약속(소유권 이전 서류를 넘기는 것)을 제대로 준비했을 때부터 부과됩니다.

민수 씨의 경우, 회사는 2022년 8월에 “소유권 이전 서류를 준비해뒀다”고 통보했지만, 법원은 그 준비가 충분했는지, 정말로 민수 씨가 잔금을 내지 않은 게 연체료를 부담해야 할 정도로 잘못된 행동인지 더 따져봐야 한다고 봤어요. 만약 민수 씨가 잔금을 낼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고, 심지어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통보하며 돈을 내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면, 회사는 그에 맞춰 서류를 준비하는 정도로 충분했을 수 있다는 거죠. 이 부분에서 법원은 민수 씨가 연체료를 내야 하는 시점을 2022년 6월 4일(임대차계약 완료 다음 날)로 단정하지 말고, 회사의 서류 준비 상황을 더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 공정한 거래를 위해

이 사건에서 법원이 강조한 또 다른 중요한 원칙은 ‘신의성실의 원칙’입니다. 이건 쉽게 말해, 계약을 할 때 양쪽 모두 성실하고 공정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민수 씨가 잔금을 낼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계약 해제를 주장하며 돈을 내지 않겠다고 버티면, 회사도 굳이 완벽하게 서류를 준비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법원은 이런 경우, 회사가 민수 씨의 행동에 맞춰 ‘상응하는 준비’만 하면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예를 들어, 민수 씨가 돈을 낼 의지가 없어 보인다면, 회사는 서류를 대충 준비하거나 법무사에게 맡겨놓는 정도로도 충분히 자기 약속을 지켰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원칙은 부동산 거래뿐 아니라 모든 계약에서 중요합니다. 한쪽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 하면, 다른 쪽도 똑같이 불성실하게 행동할 이유가 없다는 거예요. 민수 씨 사례에서 법원은 회사가 어느 정도 서류를 준비했는지, 그 준비가 민수 씨의 행동에 비춰 충분했는지 다시 살펴보라고 원심법원에 주문했습니다. 이는 결국 양쪽이 서로에게 공정해야 한다는 메시지였죠.

출처: 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5다209893, 209894 판결 | 사법정보공개포털 판례